막달의 임신부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곧 태어날 아기의 생김새가 아니라 분만 과정에 대한 것일는지도 모른다. 아기를 만나게 된다는 기대감 못지않게 진통이나 분만의 두려움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기를 낳은 선배 엄마들에게, 혹은 산부인과 진료실 간호사들에게 묻고 또 묻곤 하는데 여간해선 궁금증이 채워지지 않는다.

▷병원에 가야 할 시점은 언제일까?

입원 시기는 임신부의 상태와 증세에 따라 다르다. 다만, 분만의 주요 징후인 진통이 약 10∼15분마다 규칙적으로 오는 때가 적당하다고 본다. 따라서 진통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면 시계를 보면서 시간을 체크해 본다. 통증의 간격이 좁아지고 규칙적이 되면서 강도가 강해지면 출산이 다가왔다는 신호다. 초산의 경우는 5∼10분, 경산일 경우는 급하게 출산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15∼20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면 병원에 가야 한다.

분만의 징후 가운데에는 점액성 분비물인 '이슬'이 있다. 그러나 초산인 경우 이슬이 약간 비친다고 병원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슬이 비치고 나서도 진통이 오는 시간은 개인에 따라서 차이가 많아서, 몇 시간 또는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단, 평소 생리할 때 이상 출혈이 있거나, 출혈에 통증이 동반된다면 곧바로 병원에 간다. 초산과 달리 경산인 경우는 이슬이 비치거나 조금이라도 진통이 오면 바로 가야 한다. 초산부와는 달리 경산부에서는 이슬만 보이고 진통이 없거나 매우 약한데도 이미 자궁문이 열려 있는 경우가 있다. 자궁문이 많이 열렸다면 몇 번의 강한 진통만으로도 응급 분만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입원하는 것이 안전하다.

급히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경우는 양막이 파열된 경우다. 양막 파열이란 태아와 양수를 싸고 있는 막이 파열된 것으로서, 대개 진통이 뒤따르게 되므로 분만이 시작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파수가 된 후 24시간 안에 분만이 되지 않으면 세균 감염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양수가 줄어 탯줄이 눌리거나, 탯줄이 밖으로 나오는 등의 위험하므로 즉시 병원에 가도록 한다.

※ 입원 시 필요한 물품들

건강보험증, 진료카드, 내복, 양말, 속옷, 카디건, 산모용 패드(병원에서 지급되기도 한다), 세면도구, 휴지나 손수건, 기타 신생아 용품(배냇저고리, 속싸개, 겉싸개 등)

▷진통을 덜어주기 위해 하는 처치들

분만대에 오르기 전에 가볍게 걸어다니거나 움직이면서 중력으로 인해 아기가 내려오는 것을 도와주는 방법과 복식호흡에 의한 호흡법, 등과 허리에 통증이 심한 경우 뜨거운 물주머니를 이용하여 아픈 근육에 대는 방법 등으로 다소 고통을 덜 수 있다. 이밖에는 약물과 기기를 이용하여 진통을 완화하기도 하는데, TENS나 엔토녹스, 페티딘, 경막외마취 등이 대표적이다.

TENS( 신경계 전기자극기) | 적은 양의 전기를 흘려 신경계가 고통을 뇌에 전달하는 것을 방해하는 방법. 작은 패드를 등에 붙이면 전기 흐름이 척추를 지나면서 고통이 뇌에 전달되지 않도록 막는다. 또 체내에 고통을 줄이는 화합물인 엔도르핀의 분비를 자극한다.

엔토녹스(Entonox) | 얼굴에 마스크를 쓰거나 입에 마우스피스를 끼고 질소 산화물과 산소 화합물을 들이마시는 방법. 진통이 시작되는 것을 느낄 때 빨리 호흡운동을 시작해야 진통이 최고조일 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엔토녹스를 흡입하면 약간 취하는 느낌이거나 긴장이 완화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기에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정작 집중이 필요할 때 멍한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페티딘(Pethidine) | 모르핀과 관련된 종합 마취제로 근육을 풀어주고 몽롱하게 만든다.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달라 심한 경우 어지럼을 느낄 수 있다. 만일 약물 오용으로 문제가 있었다면 이 방법은 확실히 피하는 것이 좋다. 보통 주사로 주입 후 20분 만에 효과가 나타나며 2∼4시간 동안 지속된다. 페티딘은 보통 아기를 힘주어 밀어내야 하는 분만 2기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몇 차례 복용할 경우 아기의 호흡을 둔화시킬 수도 있다. 만일 문제가 생기면 해독제를 복용한다. 그러나 페티딘은 신생아를 졸리게 하고 모유 거부 반응이 생길 수 있으므로 대중화된 방법은 아니다.

경막외마취 | 자연분만할 때 통증을 느끼지 않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가장 많이 시술되는 무통분만의 한 방법이다. 먼저 피하 주사기로 등 부분을 부분마취(카테터)한 뒤 척추 아래 경막외강에 가느다란 도관을 삽입해 희석한 마취제(국소마취제와 opioid의 혼합액)를 지속적으로 주입한다. 하반신이 마비되어 출산시 진통을 줄이는 방법으로,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5∼20%까지 고통을 줄일 수 있다. 경막외마취 여부는 산모의 선택이며, 임신 후기에 미리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임신 전 척추 부위에 수술을 받았거나 혈우병 등 출혈성 질환을 앓은 사람, 신경성 질환자, 히스테리 환자 등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보통 10만∼15만원 정도 추가 비용이 든다.